사회문제 이젠 더하지말고 덜어내세요

2018-상반기에 정기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팀은 총 6팀.

 

이 6팀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 작년 가을부터 검토한 팀들은 대략 삼백 팀 정도, 실제로 미팅을 진행한 팀은 총 백 여 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팀들을 만나고, 또 배워야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수의 팀들을 검토하고 만나오며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저와 동료 심사역들이 창업자를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질문이 엄청 중요하거나 혹은 우리가 만나는 팀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거창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이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하는가?

 

소셜벤처들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사회문제’에 대한 정의와 솔루션입니다. 하나의 솔루션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상식입니다.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하지 말고, 우리 팀이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사회문제를 찾고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로 ‘define-정의한다’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definio는 접두사 ‘de-충분히’와 ‘finis-경계’에서 유래한 것으로, 경계선을 확실히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팀만의 ‘사회문제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문제가 문제로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도 문제의 원인들이 복잡한 연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는 너무나 명백하게 그 원인이 보여서 솔루션을 도출하기가 쉽지만, 어떤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의 크기가 커서, 솔루션이 너무나 어려워서, 이전의 여러 시도들이 실패해서…. 등 여러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검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토하십시오. 단, 이 문제와 관련된 모든 연결들을 검토하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들을 발견한다면 다른 것들과 잘라내십시오. 버릴 것을 다 버려야 합니다. 복잡한 문제일 수록 단순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우리 팀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복잡다단한 여러 원인들 간에 경계를 짓고 단절을 만들어내야합니다.

 

그런데 보통 소셜벤처 창업팀들을 만나면… 해결하려는 사회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물론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문제도 많고 또 직접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도 많은 것이 사회적기업가들의 공통점입니다만, 의식적으로 단 하나의 사회문제만 선택해서 나아가야 합니다.(이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자면 단 하나의 시장과 고객들로 시작해야 합니다.) 기회가 많아보이고, 여러 선택지와 차선책들을 손에 쥐고 있을 때의 안도감이 크지만 집중하지 않고서는 사회문제 해결은 요원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사회문제를 선택하고, 근본적인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외면해야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회문제의 정의는 커녕, 그 다음 단계인 솔루션 도출과 사업화로 나아갈 수 조차 없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고 함께 일하고있는 심사역들도 그렇고 모든 사회문제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해당 사회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해온 전문가는 (공동)창업자들입니다. 저희는 모르는 사회문제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나 소개서를 받았을 때, 이 것이 사회문제인지 아닌지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할 뿐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약 1달 여의 시간을 거쳐서 저나 심사역들이 리서치와 스터디, 자문등을 통해 준전문가의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것도 제한적이기에 많은 부분 창업자와 팀의 전문성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팀이 해당 사회문제에 대해 잘 안다고 이야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정의했다면, 최소한 다음의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리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는 어떤 것인가?
  • 다수가 겪고 있거나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가?
  • 왜 기존 기업들/정부/시민단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쾌할 수록 좋고, 또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록 좋습니다. 특히, 많은 경우 창업으로 해결하기에너무 거대하거나 또 너무 작은 문제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정부나 시민단체, 혹은 프로젝트의 접근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해결을 목표로 창업을 할 때는, 시장의 규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다른 접근이 아닌 창업이 아니고서는 해결이 안되는 것인지, 꼭 다음의 질문 역시 던져보아야 합니다.

 

  • 이 문제를 (정부도 아닌, 시민단체가 아닌)기업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효과적인가?

 

모든 문제를 기업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을 때, 더 파급력이 있거나 지속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적인 접근으로 해결이 쉬운 사회문제들은 다음의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생산-유통-소비등 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 개인 및 각 조직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
  • 해당 문제 해결의 수혜자와 소비자(고객)이 일치한다.
  • 정부나 시민사회가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구매의향이 크다.
  • 국 내/외에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이 있다.
  • 기존의 해결방식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라면, 기꺼이 기업으로 접근해봄직 한 것 같습니다. 임팩트 투자자라면, 이런 부분들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여러분을 만날 겁니다. 즉, 앞서 말씀드린 질문들에 대한 설득력있는 답과 기업으로 해결했을 때 더 효율적/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들을 제시해주시면 이야기는 쉽게 진척될 겁니다.

 

일상생활에서 종종 ‘저 사람은 참 개념이 있어’ 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팀을 만나고나면 ‘저 팀은 참 개념이 있다’, ‘팀 만의 관점을 갖고 있다’ 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옵니다. ‘개념’이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을 말합니다. 영어로 ‘개념-concept’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conceptio는 임신을 뜻하는데요. 어쩌면 사회문제의 개념을 정의하고 솔루션을 내어놓는것 또한 임신의 과정과도 같은 듯 합니다. 어떠한 계기로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된 후, 그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파헤치는 개념화의 과정을 통해야만 새로운 솔루션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임신의 과정을 통해 이 전에 존재하지 않던 한 생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창업은 해당 팀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일반적/보편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쏘카가 있기 전에는 자동차를 소유하지않고도 내 차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고, 텀블벅이 등장하기 전에는 창작자들이 독립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요원했고, 이지앤모어가 있기 전에는 월경컵은 여성들의 고려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만의 정의와 접근을 갖는다는 것은 그 것을 보편화할 첫 발을 떼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고민해온 사회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아닌 날카롭고 단순하게 정리된 우리 만의 정의와 솔루션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어 놓는 것.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보편을 구축해내가는 일. 그 것이 바로 소셜벤처 창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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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블로그를 통해 소셜벤처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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