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어스 톺아보기 #1. 푸드시스템과 가치사슬

woong
2020-09-03

소풍 뉴비, 농식품을 기록하다. 

 소풍에 처음 입사하며 다음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접했습니다. 생육 시스템, 어그테크(Agtech), 스마트팜.. 요즘 소풍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농식품 산업 생태계의 언어였습니다.  소풍은 농식품 분야의 임팩트와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임팩트어스라는 농식품 분야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요 임팩트어스의 운영을 담당하게 되어, 평소 생소했던 농식품 분야의 핵심개념과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소풍 내부 구성원 대상의 작은 세미나를 담당하여 준비하게 되었는데요. 먹거리와 농업 전문가인 허남혁 연사님을 모시고, ‘푸드 시스템과 가치사슬’ 을 주제로 농식품 산업 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임팩트 투자사로서의 주안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만 듣고 휘발되기엔 아까운 시선이라, 기록을 바탕으로 저의 시각을 녹여  몇 가지 꼭지를 정리했습니다.


먹거리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전세계 77억 인구 중 8억의 극빈층 인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20억에 달하는 인구가 비만과 당뇨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농업의 산업화를 거치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산업화된 석유 기반 농업기술은 흙이나 물, 생물다양성 같은 농업자연자원 기반을 잠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어서, 누군가는 먹을게 너무 없어서 문제를 겪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지 않고, 농업의 가치사슬(생산요소 투입 - 생산 - 가공 -  유통- 판매 - 소비)이 훨씬 복잡하고 길어지면서 전세계 소농들의 실질소득은 점차 줄어들는 역설을 접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농식품 생태계의 어떠한 기술혁신이 이러한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관심도, 논쟁도 전 세계적으로 치열합니다. 

 

먹거리 위기에 대한 진단과 농식품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문제와 대안을 짚어 내려갔습니다.  


먹거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먹는 소고기가 지구 반대편의 이상기후를 가속화하고 있다면? 먹는 것이 먹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국제적인 환경기구인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식품 1kg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소고기는 1kg당 26kg을 배출하여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육류로 지목되었습니다.  카카오의 경우, 서아프리카가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데요. 아동노동착취와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매가로 인해 소위 ‘선진국’ 소비자들의 카카오 소비량이 늘수록, 지역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기도 하는 역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식품을 소비할 때 영수증에 기록되지 않는 환경적/사회적 비용, 히든 코스트(Hidden Cost)의 단적인 예인데요. 내가 먹고 소비하는 행위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가 존재하며, 농식품은 그 가치사슬의 길이가 매우 길며 복잡성을 띤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세계 70억 인구가 삼시 세 끼 식사를 합니다. 음식이 인류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에서의 히든 코스트를 가시화할 수 있다면? 또는  히든 코스트를 줄이는 변화, 또는 단지 어떤 음식을 소비함으로 인해 긍정적 영향을 지구 반대편에 줄 수 있는 히든 임팩트(Hidden Impact)를 만들 수 있는 혁신이라면? 그 임팩트의 크기는 꽤나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연사님께 기존의 생산주의 농업에서, 농생태학(Agroecology)으로 나아가는 국제적인 변화 흐름을 처음 접할 수 있었는데요. 생태학적 원칙을 지킴으로써 농업 생태계에 새로운 경영 접근법을 제안하는 것이 그 골자였습니다. 실제로 IAASTD(발전을 위한 농업지식/과학기술 국제평가) 에서는 농생태학의 증진과 생태농업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페러다임의 변화가 향후 주된 과제일 것이라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존의 생산주의 농업 방식에서 파생된 농식품 생태계 내의 주된 문제 지점인데요.  


  1. 생산과 소비가 멀어진다. 

  농업의 산업화로 인해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가 복잡화하고 산업화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소비자와 생산 단계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상황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것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게 되었고,(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고.) 심각한 환경문제와 노동문제, 경제적 불평등이 서려있는 먹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올립니다. 공장식 축산과 지구온난화 등 가시화된 핵심적인 사회문제도 여기서 문제를 찾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새로웠습니다.   

  1. 농민 상황의 악화 

 농민, 특히 소농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농업의 상업화 과정에서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농자재 산업과 유통산업의 영역에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Upstream(농자재)과 Downstream(유통, 식품 제조, 외식) 영역을 독점하는 현재의 밸류체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농자재와 유통 영역 사이에 위치한 곡물의 판매비용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결국 농자재 비용이 판매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상황과 함께, 작물이 유통과정을 거치며 유통사 수수료를 제외한 농민의 몫이 감소합니다. 농가소득의 감소로 귀결되는 이 메커니즘에서, 농업이 산업화되며 오히려 소농들의 지속가능성한 농업환경은 악화되었다는 시선의 배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농식품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선 위의 문제의식에 주목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최근 VC들과 민간 자원, 공공정책 차원 등 전방위적으로 농업 분야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러한 농생태학적 변화에 대한 투자는 잘 진행되지 않고 있어 임팩트 투자사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참고할 수 있겠다는 말씀도 밑줄을 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농식품 임팩트 투자의 기준점은 무엇인가.   

이렇게 여러 문제와 가능성이 뒤섞인 농식품 생태계에서 임팩트의 기준을 세우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팀들을 골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소풍)의 역할일 것입니다. 소풍이 향후 임팩트어스를 비롯한 농식품 분야 투자 시, ‘임팩트 지표’로 참고할 수 있는 국제지표와 농식품 산업의 핵심가치의 관점도 공유했습니다. 


  1. 밀라노 협약 

2015년 밀라노엑스포에서 전 세계 117개 지방정부들이 모여 맺은 협약인데요.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의 권장실천 수단과 이를 세분화한 37개 실행과제를 도출했다고 합니다. 

  • 6가지 권장 실천 수단 : 추진체계, 식생활과 영양, 접근성, 생산과 가공, 공급과 유통, 폐기물 관리

  • 37개의 구체적 실행과제 : 6가지 권장 실천 수단 하위의 도시농업, 근교농업, 먹거리 복지, 도농연계 등 


  1. UN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소풍에서 임팩트 측정의 기준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한 UN의 지속가능발전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17개 목표인데요. 농식품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발전목표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 Goal 12,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공공조달 (소비 관점) 

  1. 로컬푸드/유기농/공정무역제품 조달 확대
  2. 소농, 사회적경제 생산자/공급자 조달 확대
  3. 생산물의 환경요건, 노동요건 강화: 요건미달산물 구매축소
  4. 건강한 식단으로의 전환: 신선과일채소 확대, 직접조리 확대, 가공식품 저감, 식교육병행
  5.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부문의 건강한 식사/먹거리 제공 확대
  • Goal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먹거리, 도농 상생 (소비 관점)

  • Goal 12, 먹거리 손실과 폐기물의 저감 (폐기 관점) 


  1. 핵심가치 

  • 건강 : NCD, 건강불평등, plant-based, 신선과일채소, 비정제, sugar, 울트라 가공식품, nutritionism

  • 환경 : 생물다양성, 생태계, 기후변화, 플라스틱, 동물권/동물복지

  • 사회 : 노동, 인권, 문화, 포용, 생산-소비 재연결

  • 경제 : 로컬, 소농, 농어촌, 농가수제가공, 직판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운영을 돕고있는 임팩트어스의 참여 팀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임팩트어스 의 참여 팀들은 농식품 가치사슬 내의 각 단계에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기술 중심의 팀들이기도 한데요. 임팩트어스 팀들이 농식품생태계 내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또 이 팀들을 선정하고 지원하고 있는 소풍의 임팩트 투자기준은 무엇이었는지도 자문하며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방대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관점이 뚜렷해지기보다, 더 다양한 화두를 얻어가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번 자리가 저에게는 딱 그러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콘텐츠를 다루게 되면, (가능하다면!) 이렇게 정리하여 또 많은 분들과 인사이트를 나누려합니다. 감사합니다. 


임팩트어스 프로그램과 팀들에 대한 소식은, 

페이스북 소풍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opoong.net/


사진 출처 

그림 1(푸드밸류체인) : ‘푸드 밸류 체인’ 첫 단계 농업 푸드테크 어디까지 왔나(식품외식경제, 2019)
그림 2(농민의 삶) : 브라이언 핼웨일, <로컬푸드> (도서출판 이후, 2006)

그림 3(Market Concentration) : <grida.no/resources/6342>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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