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풍벤처스의 기후 네트워크 프로그램에서는 매월 국내외 기후· 환경 전문가, 투자자, 창업가 등을 모시고 기후테크와 스타트업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작년 8월에는 넷제로 정책, 전략 전문기관인 BNZ 파트너스의 임대웅 대표를 모시고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와 탄소배출량 측정>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임대웅 대표의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 관련 발제내용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금융계 시각에서의 기후위기
전 세계적으로 산불,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기후 변화가 일으키는 경제적 손실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 가뭄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적 요인으로 산불이 장기간 발생하였을 때 수 많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파산했습니다. 또한 화재 지역의 공장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 또한 덩달아 상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경제 활동에 끼치는 물리적인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자발적 논의기구인 녹색금융협의체 (NGFS, Network of Central Banks and Supervisors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않을 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의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며, 이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는 2100년 25%의 GDP 손실분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즉,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불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소득의 25%인 1만불을 기후 변화로 인한 물질적 위기를 상쇄하기 위해 소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는 각종 기상 이변으로 인하여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2019년 10월 취임 후 첫 연차 총회에서 국제통화기금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아젠다화 하였습니다. 그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려면 배출되는 탄소 1톤당 부과하는 탄소세를 지속적으로 올려 2030년 에는 적어도 탄소 1톤당 75불의 탄소세를 물려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탄소세를 올리면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절감 솔루션에 좀 더 지갑을 열 것이라는 것이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생각입니다. 이미 유럽연합 (EU)에서는 202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탄소세가 1톤당 85불에 달합니다. 한국은 2022년을 기준으로 1톤당 20불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탄소세 상승 추이를 보았을 때 한국의 탄소세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탄소가격제 (카본 프라이싱, Carbon pricing)은 앞서 다룬 탄소세나 혹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같이 탄소 비용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기업 및 각종 기관에서는 GHG프로토콜 (Green House Gas Protocol,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서 정의된 스코프 (Scope, 유효범위) 1, 2, 3을 사용하여 탄소 배출을 분류, 관리하고 보고합니다. 스코프 1은 기업이나 기관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발생된 탄소를 의미합니다. 스코프 2는 소유 자산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전기를 구매하여 사용을 할 때 이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탄소가 배출되지는 않지만 발전소에서 탄소가 배출됩니다. 이처럼 소유한 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행위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스코프 2에 해당합니다. 스코프 3는 스코프 2를 제외한 모든 간접적인 탄소 배출을 의미하는데, 공급자를 중심으로 하는 업스트림 (Upstream)의 8가지 항목에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다운스트림 (Downstream)의 7가지 항목을 더하여 총 15개 항목의 배출량을 포함합니다.
특히,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은 금융배출량으로 금융기관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금융기관에서 100원의 총자산을 가진 A라는 회사에 총자산의 5%인 5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이 회사에서 100톤의 탄소를 배출하였다면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에 의해 100톤에서 5%에 해당하는 5톤이 A 회사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금융탄소배출량”으로 산정이 됩니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으로 탄소세 및 탄소 배출권 가격이 높아진다면 금융기관에서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회사에 투자를 기피할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또한, 탄소 가격이 올라가면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들은 시가 총액 대비 탄소 규제 준수 비용이 100%를 넘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시가 총액을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기업에서 부담해야할 탄소 규제 준수 비용 또한 100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업가치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탄소세 또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기존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크게 기울게 되고, 2050년에는 이 산업의 10%에 해당하는 기업이 도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탄소 관련 가격을 높였을 때 감내해야 하는 것이 이행 위기입니다.
다방면 공시: 금융, 회계, 기업공시
1. 금융공시: 위험관리
금융기관의 기후 관련 공시에 있어 기본적인 접근법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ING (Internationale Nederlanden Groep)에서는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2018년부터 테라 접근 (Terra Approach)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자사 포트폴리오 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업들을 섹터별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ING는 각 섹터별 탄소 배출 절감 기준치를 설정하여, 섹터에 속한 기업들이 제품 1톤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이 이 기준치 이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출을 제한합니다. 2018년 당시 발전, 정유, 시멘트, 철강 등 5개의 고배출 섹터에 대한 대출 규제를 진행하였던 ING는 2019년 부동산, 항공, 선박 등을 포함한 9개의 섹터로 대출 규제를 확대하였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신한 Zero Carbon Drive를 통해 스코프 1, 2에 해당하는 내부 탄소배출량을 줄여2043년에는 이에 대한 넷제로 (Net Zero, 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속한 다배출 업종에 대한 관리 및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대출 확대를 통해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에 해당하는 금융배출량에 있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또한 내세웠습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선언하며 내부 배출량인 스코프 1, 2는 204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인 스코프 3는 2050년까지 0으로 줄여 넷제로를 달성할 것을 목표 삼았습니다. 이에 더하여,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50조원의 ESG 투자를 할 것을 공언하였으며, 이 중 환경 분야에 25조원을 투자 및 대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 회계공시
2016년 2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영국중앙은행 (Bank of England)의 마크 카니 (Mark Carney) 총재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가 자금의 흐름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감안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 탄소 고배출 업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무제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적 영향을 공시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요청에 따라 2017년 6월 금융안정위원회 (FSB, Financial Stability Board)는 금융기관이 보다 나은 기후변화 정보를 토대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약 3500개에 이르는 다수의 기관이 TCFD 권고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절반이 기후 변화로 인한 투자 리스크를 투명하게 알고자 하는 금융기관이며,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들 또한 TCFD 권고안을 지지합니다.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G7국가들에서는 이미 모든 상장기업들에 대해 TCFD권고안에 따른 공시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공시는 향후 G20 국가들의 상장기업들도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될 예정입니다.
TCFD 권고안에 따른 재무공시는 전세계적으로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 (BIS,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바젤은행감독위원회 (BCBS, 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는 TCFD 권고안에 따라 자산 건전성을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금융회사에서 화석 연료 기반의 회사에 많은 금액의 대출 및 투자를 하면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이 금융회사에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에서도 2021년 12월 TCFD 권고안에 따른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 보험사, 카드사와 같은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TCFD에서 기후 위기를 반영한 재무공시를 이끌었다면,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Foundation)은 영국에서 열린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6) 에서 지속가능성 및 기후관련 회계 요건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ISSB는 TCFD 체계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일반요건 (S1)과 기후 관련 정보공시 (S2)를 포함하는 공시 기준을 채택했습니다. 이와 같은 기후관련 회계공시는 금융회사에서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기후 솔루션에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어 자금의 흐름이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서 기후 관련 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3. 기업공시
영국 재무부는 2020년 11월 기후관련 의무공시 로드맵 발표를 통해 2022년까지 영국 내 모든 상장기업들이 TCFD 권고안에 따라 재무공시를 할 것을 의무화하였으며, 상장기업 외 금융기관들 또한 2023년까지 90% 이상 TCFD 의무 공시 대상임을 공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 (SEC)에서 증권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ESG 공시 규정 개정안 발표를 통해 미국 내 모든 상장사가 2023년까지 스코프 1, 2 탄소배출량, 2024년까지 스코프 3 탄소배출량 에 따른 기후 정보 공시 의무화를 선언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EU taxonomy의 위임법률 부속서 (EU Taxonomy Delegated Act의 Annex)를 기반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녹색 매출 대비 CAPEX (자본적 지출), OPEX (업무지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에서 탄소를 절감하는 기술로 인한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CAPEX와 OPEX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이 기업은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앞서 기술한 내용에서 보았듯이, 기후 변화는 기업 및 기관의 재무적 부분에 영향을 주며, 특히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는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테크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기후 관련 의무 공시가 확대되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SK 그룹에서는 2억톤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는 넷제로 프로젝트를 런칭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를 매각하여 얻은 수익인 67.4조원을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등 녹색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포스코 그룹에서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신사업 투자 및 ESG 경영을 종합 관리하여 철강 중심에서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4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목표로 공언하였습니다. 금융기관에서도 큰 규모의 기후 관련 및 ESG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신한금융그룹에서는 2030년까지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3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2년 신한자산운용에 조성하고 신한금융그룹이 투자한 신한그린웨이기업투자1호에 500억원을 운용해 기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KB금융그룹에서 50조원, HSBC에서 1,250조원 등 2030년까지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기후 변화 및 ESG 투자를 위해 출자하고자 하는 목표 금액의 총합은 3000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 환경부
따라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이 기후 기술 개발분야로 흘러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후 기술이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가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지침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Taxonomy)를 녹색투자 및 녹색금융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현재 69개의 녹색 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후 기술이어야 금융기관 또는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수월합니다. 그러므로, 한국 내에서 기후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 보유하고 있는 기후 기술이 분류체계를 충족시키는가를 확인해야 하며,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녹색 매출 및 CAPEX, OPEX를 공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계 시각에서의 기후위기
전 세계적으로 산불,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기후 변화가 일으키는 경제적 손실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 가뭄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적 요인으로 산불이 장기간 발생하였을 때 수 많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파산했습니다. 또한 화재 지역의 공장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 또한 덩달아 상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경제 활동에 끼치는 물리적인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자발적 논의기구인 녹색금융협의체 (NGFS, Network of Central Banks and Supervisors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않을 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의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며, 이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는 2100년 25%의 GDP 손실분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즉,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불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소득의 25%인 1만불을 기후 변화로 인한 물질적 위기를 상쇄하기 위해 소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는 각종 기상 이변으로 인하여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2019년 10월 취임 후 첫 연차 총회에서 국제통화기금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아젠다화 하였습니다. 그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려면 배출되는 탄소 1톤당 부과하는 탄소세를 지속적으로 올려 2030년 에는 적어도 탄소 1톤당 75불의 탄소세를 물려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탄소세를 올리면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절감 솔루션에 좀 더 지갑을 열 것이라는 것이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생각입니다. 이미 유럽연합 (EU)에서는 202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탄소세가 1톤당 85불에 달합니다. 한국은 2022년을 기준으로 1톤당 20불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탄소세 상승 추이를 보았을 때 한국의 탄소세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탄소가격제 (카본 프라이싱, Carbon pricing)은 앞서 다룬 탄소세나 혹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같이 탄소 비용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기업 및 각종 기관에서는 GHG프로토콜 (Green House Gas Protocol,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서 정의된 스코프 (Scope, 유효범위) 1, 2, 3을 사용하여 탄소 배출을 분류, 관리하고 보고합니다. 스코프 1은 기업이나 기관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발생된 탄소를 의미합니다. 스코프 2는 소유 자산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전기를 구매하여 사용을 할 때 이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탄소가 배출되지는 않지만 발전소에서 탄소가 배출됩니다. 이처럼 소유한 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행위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스코프 2에 해당합니다. 스코프 3는 스코프 2를 제외한 모든 간접적인 탄소 배출을 의미하는데, 공급자를 중심으로 하는 업스트림 (Upstream)의 8가지 항목에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다운스트림 (Downstream)의 7가지 항목을 더하여 총 15개 항목의 배출량을 포함합니다.
특히,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은 금융배출량으로 금융기관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금융기관에서 100원의 총자산을 가진 A라는 회사에 총자산의 5%인 5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이 회사에서 100톤의 탄소를 배출하였다면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에 의해 100톤에서 5%에 해당하는 5톤이 A 회사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금융탄소배출량”으로 산정이 됩니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으로 탄소세 및 탄소 배출권 가격이 높아진다면 금융기관에서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회사에 투자를 기피할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또한, 탄소 가격이 올라가면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들은 시가 총액 대비 탄소 규제 준수 비용이 100%를 넘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시가 총액을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기업에서 부담해야할 탄소 규제 준수 비용 또한 100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업가치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탄소세 또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기존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크게 기울게 되고, 2050년에는 이 산업의 10%에 해당하는 기업이 도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탄소 관련 가격을 높였을 때 감내해야 하는 것이 이행 위기입니다.
다방면 공시: 금융, 회계, 기업공시
1. 금융공시: 위험관리
금융기관의 기후 관련 공시에 있어 기본적인 접근법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ING (Internationale Nederlanden Groep)에서는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2018년부터 테라 접근 (Terra Approach)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자사 포트폴리오 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업들을 섹터별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ING는 각 섹터별 탄소 배출 절감 기준치를 설정하여, 섹터에 속한 기업들이 제품 1톤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이 이 기준치 이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출을 제한합니다. 2018년 당시 발전, 정유, 시멘트, 철강 등 5개의 고배출 섹터에 대한 대출 규제를 진행하였던 ING는 2019년 부동산, 항공, 선박 등을 포함한 9개의 섹터로 대출 규제를 확대하였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신한 Zero Carbon Drive를 통해 스코프 1, 2에 해당하는 내부 탄소배출량을 줄여2043년에는 이에 대한 넷제로 (Net Zero, 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속한 다배출 업종에 대한 관리 및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대출 확대를 통해 스코프 3의 15번째 항목에 해당하는 금융배출량에 있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또한 내세웠습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선언하며 내부 배출량인 스코프 1, 2는 204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 배출량인 스코프 3는 2050년까지 0으로 줄여 넷제로를 달성할 것을 목표 삼았습니다. 이에 더하여,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50조원의 ESG 투자를 할 것을 공언하였으며, 이 중 환경 분야에 25조원을 투자 및 대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 회계공시
2016년 2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영국중앙은행 (Bank of England)의 마크 카니 (Mark Carney) 총재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가 자금의 흐름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감안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 탄소 고배출 업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무제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적 영향을 공시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요청에 따라 2017년 6월 금융안정위원회 (FSB, Financial Stability Board)는 금융기관이 보다 나은 기후변화 정보를 토대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약 3500개에 이르는 다수의 기관이 TCFD 권고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절반이 기후 변화로 인한 투자 리스크를 투명하게 알고자 하는 금융기관이며,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들 또한 TCFD 권고안을 지지합니다.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G7국가들에서는 이미 모든 상장기업들에 대해 TCFD권고안에 따른 공시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공시는 향후 G20 국가들의 상장기업들도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될 예정입니다.
TCFD 권고안에 따른 재무공시는 전세계적으로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 (BIS,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바젤은행감독위원회 (BCBS, 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는 TCFD 권고안에 따라 자산 건전성을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금융회사에서 화석 연료 기반의 회사에 많은 금액의 대출 및 투자를 하면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이 금융회사에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에서도 2021년 12월 TCFD 권고안에 따른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 보험사, 카드사와 같은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임대웅 대표 발제자료
TCFD에서 기후 위기를 반영한 재무공시를 이끌었다면,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Foundation)은 영국에서 열린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6) 에서 지속가능성 및 기후관련 회계 요건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ISSB는 TCFD 체계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일반요건 (S1)과 기후 관련 정보공시 (S2)를 포함하는 공시 기준을 채택했습니다. 이와 같은 기후관련 회계공시는 금융회사에서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기후 솔루션에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어 자금의 흐름이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서 기후 관련 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3. 기업공시
영국 재무부는 2020년 11월 기후관련 의무공시 로드맵 발표를 통해 2022년까지 영국 내 모든 상장기업들이 TCFD 권고안에 따라 재무공시를 할 것을 의무화하였으며, 상장기업 외 금융기관들 또한 2023년까지 90% 이상 TCFD 의무 공시 대상임을 공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 (SEC)에서 증권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ESG 공시 규정 개정안 발표를 통해 미국 내 모든 상장사가 2023년까지 스코프 1, 2 탄소배출량, 2024년까지 스코프 3 탄소배출량 에 따른 기후 정보 공시 의무화를 선언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EU taxonomy의 위임법률 부속서 (EU Taxonomy Delegated Act의 Annex)를 기반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녹색 매출 대비 CAPEX (자본적 지출), OPEX (업무지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에서 탄소를 절감하는 기술로 인한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CAPEX와 OPEX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이 기업은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앞서 기술한 내용에서 보았듯이, 기후 변화는 기업 및 기관의 재무적 부분에 영향을 주며, 특히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는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테크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기후 관련 의무 공시가 확대되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SK 그룹에서는 2억톤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는 넷제로 프로젝트를 런칭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사를 매각하여 얻은 수익인 67.4조원을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등 녹색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포스코 그룹에서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신사업 투자 및 ESG 경영을 종합 관리하여 철강 중심에서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4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목표로 공언하였습니다. 금융기관에서도 큰 규모의 기후 관련 및 ESG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신한금융그룹에서는 2030년까지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3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2년 신한자산운용에 조성하고 신한금융그룹이 투자한 신한그린웨이기업투자1호에 500억원을 운용해 기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KB금융그룹에서 50조원, HSBC에서 1,250조원 등 2030년까지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기후 변화 및 ESG 투자를 위해 출자하고자 하는 목표 금액의 총합은 3000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 환경부
따라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이 기후 기술 개발분야로 흘러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후 기술이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가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지침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Taxonomy)를 녹색투자 및 녹색금융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현재 69개의 녹색 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후 기술이어야 금융기관 또는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수월합니다. 그러므로, 한국 내에서 기후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 보유하고 있는 기후 기술이 분류체계를 충족시키는가를 확인해야 하며,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녹색 매출 및 CAPEX, OPEX를 공시할 필요가 있습니다.